서울 강북구 수유동 빌라 밀집 지역. 이곳은 서울 외곽에 위치하지만 상대적으로
전세가가 저렴하고, 역까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춰 전세 계약이 잘
이뤄지는 지역이다. 하지만 최근엔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전세를 찾는 수요가 줄어든
데다 5월부터는 보증보험 가입마저 어려워져 거래가 사실상 막혔다는 게 인근
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. 이 일대에서 5년 이상 일을 해온 공인중개사 A씨는
"강북구에는 전세사기 사태의 발단이 된 신축 빌라가 많지 않은데도 빌라 전세가
위험하다는 사회적 인식이 퍼지다 보니 수요가 뚝 떨어졌다"고 토로했다.
주택도시보증공사(HUG)의 보증보험 가입 요건이 5월부터 강화되는 점도 빌라
전·월세 거래가 막힌 이유 중 하나다. 정부는 보증보험이 무자본 갭투자에 악용되는
것을 막기 위해 5월부터 가입 기준을 전세가율 100%에서 90%로 강화하기로 했다.
전세가율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도 올해 초 공시가의 150%에서 140%로 낮아졌다.
결과적으로 보증 한도가 공시가의 150%에서 126%로 강화된 셈이다.
예를 들어 공시가가 1억원인 주택의 경우 기존에는 전세보증금 1억5000만원까지
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했지만, 앞으로는 1억2600만원까지만 가입할 수 있게 되는
것이다.
엎친 데 덮친 격으로 27일부터는 2023년 공시가격이 적용된다. 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
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낮추며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평균 18.61%
감소하게 됐다.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빌라의 공시가는 평균 6% 하락할 전망이다.
공시가 하락과 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로 빌라 전·월세시장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.
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에 따르면 오는 5월부터 내년 4월까지 전세 계약이 만료되는
수도권 빌라 매물 9만6385건 중 66%인 5만9476건이 동일 보증금으로는 보증보험 가입이
불가능하다. 정부는 갱신계약의 경우 강화된 보증보험 요건을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했지만,
혼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. 특히 빌라의 경우 기존에도 전세가율이 높아 신규 전세계약
체결 시 보증금을 낮추지 않으면 보증보험 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. 한국부동산원
부동산테크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서울 도봉구(85.2%)·강북구(84.9%), 수원시 팔달구(95.1%),
경기도 평택시(100.4%)의 최근 3개월 연립·다세대주택의 전세가율이 높았다.
팔달구의 공인중개사 B씨는 "공시가 하락 여파로 빌라는 물론이고, 아파트도 보증보험 가입이
가능한 전세 매물 찾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"고 말했다.
신축 빌라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. 강북구는 신축 빌라가 다른 지역보다 많은 편은 아니지만
빌라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. 올해 1월 준공한 이 일대
한 신축 빌라는 신규 분양 계약을 한 건도 진행하지 못했다. 이곳 분양업체 관계자는
"공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이런 상황이 올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"며
"건물주와 전 가구를 분양 대신 월세로 전환한 뒤 건물을 통매각하는 방향으로
논의하고 있다"고 말했다.
https://v.daum.net/v/20230426174200552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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